들숨, 날숨
In-breath, Out-breath
In-breath, Out-breath
백다래 개인전
2025.10.24.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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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4.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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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내 몸에 닿을 때
김지선(큐레이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너도나도 사용하는 이 말이 자칫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인연을 이야기할 때는 이만한 표현이 없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 상황, 관계와 얽히고 마주하게 된다. 짧게 스쳐 지나가는 만남 조차 우리의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학창 시절 클래식을 좋아했던 옆자리 친구, 좋아하는 연예인의 SNS, 지하철에서 자주 만나는 독서를 일삼는 사람 등 일상 속 관계들은 특별하지 않아 보일지라도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스며든다. 자주 듣는 음악, 무심코 내뱉는 말투, 도서관에서 내가 고르게 되는 책은 내 삶의 결을 형성한 이들의 미세한 흔적들이다. 그 결이 모여 연결되고 한 사람의 세계를 형성하게 된다. 백다래 작가의 개인전 《들숨, 날숨》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연결의 탐구에서 출발한다. 이전의 ‘괴물 투수’가 혼자 세상을 향해 공을 던지는 개인적 존재였다면, 이제 그 시선을 타자와의 관계로 확장한다. 던지는 행위 대신 부채를 흔들고, 삽으로 땅을 파는 반복적 몸짓들이 서로의 호흡에 맞닿으며 관계를 형성한다. 전시 제목 《들숨, 날숨》은 이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호흡’의 은유로 풀어낸다. 작가는 “내가 살아가는데 거미줄처럼 연결된 주변의 환경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그 모든 관계가 나를 만든다”라고 말한다. 들숨과 날숨은 ‘살아있음’의 기본 행위이자, 서로의 존재가 맞닿으며 생성되는 공동의 감각이다. 이번 작업은 바로 그 공동의 호흡을 시각과 신체의 언어로 번역한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전시장 한편에 놓여있는 야구공은 삶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made by 삶”이는 문구가 적혀있으며, 괴물 투수의 잔상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던지는 공은 이제 어딘가로 향하는 것 이 아닌 삶 자체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이며, 삶은 결과물이 아닌 여전히 진행 중에 있음을 상징하고자 한다. 야구공에 쓰인 문장은 마치 “삶은 무엇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삶을 지속하는 행위가 함께 호흡한다는 의미로 확장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
메인 작품인 〈들숨, 날숨〉에서는 삶과 사람의 관계를 신체적 행위를 풀어낸 장면들로 구성된다. 배경이 되는 울산 바닷가와 야구장은 작가의 고향이자 영향을 주는 상징적인 장소이며, 전통음악 〈사랑가〉의 가사를 변형한 “사람, 사람, 내 사람이야”라는 구절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작가는 이 가사를 통해 사람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의 구조를 말하고자 한다. 소리는 울려 퍼져 우리의 귀로 스며들어 공명하게 되고, 작품의 메세지를 직관적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작가는 음악가, 무용가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여러 가지 상호작용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삽질하는 몸, 부채를 흔드는 팔, 호흡을 내는 인물들은 자신만의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지만 모이고 흩어져 하나의 장을 이루고 유기적인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요소에서 작가의 삶이 ‘나’에서 ‘우리’로 관계가 전환하고 있음과, 공동체적 인연을 형성하게 되는 과정을 포착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히 신체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되는 삶의 흐름을 직관하게 된다.
<삽로빅 프로젝트>영상은 삶을 다이어트하듯 삽으로 덜어내고 조각내는 행위들의 장면들과 이를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안무가와 함께 삽을 들고 움직이며 ‘견디기’, ‘휘두르기’, ‘싸우기’ 등 삶의 태도를 몸으로 실험한다. 이 단어들은 작가가 최근 깊게 고민해온 사유의 흔적이며, 안무가와 함께 대화를 주고받으며 체조로 만들어 나간다. 삽질과 체조가 합쳐진 이 유쾌한 모습에서 삶을 너무 무겁지 않게 바라보려는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으며, 현장에 비치된 설명서를 통해 움직임을 따라 할 수 있다. 흔히 ‘삽질’이라는 표현은 ‘헛된 일을 하다’, ‘아무 의미도 없는 짓’ 등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한 번 더’ 라는 의미가 희미해지고 있지만, 작가는 이 지점을 다시 붙잡아 ‘삽질’이라는 단어를 재전유(re-signification)하고자 한다. 삽질은 삶을 지속하게 하는 행위 이며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닌 계속해서 파보려고 하는 몸의 의지, 관계를 이어가려는 마음이다. 작가에게는 지난 삽질들과 스쳐간 무수한 인연들 그 무엇도 무의미한 것은 없었다. 그러므로 그에게 삽은 곧 삶이자 사람이다. 우리는 다양한 관계와 호흡 속에서 살아가고, 만남과 이별, 선택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간다. 작가는 삶이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호흡은 단순한생리적 행위가 아닌, 서로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음을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들숨은 무언가를 내 세계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며 날숨은 내 안의 무언가를 세상에 내어 놓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과 숨을 주고받으며 삶을 만들어 가고 《들숨, 날숨》은 이를 은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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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 날숨》(2025, 가기사진갤러리) 전시 전경
들숨,날숨, 3 채널 영상, 7분 20초.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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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 날숨, 3 채널 영상 장면
들숨, 날숨 | Music Preview (Channel 1)
3채널 영상 설치 작품의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도록 Channel 1 자막 버전과 함께 공개한 프리뷰입니다.
3채널 영상 설치 작품의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도록 Channel 1 자막 버전과 함께 공개한 프리뷰입니다.
이 작업은 개인의 반복적인 노동 행위가 집단의 움직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다채널 영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삽을 들고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신체의 동작은 군무의 호흡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경험이 하나의 집단적 리듬으로 변환되는 순간을 드러낸다. 작업은 야구장과 바다라는 상반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규칙과 경쟁의 구조, 그리고 생의 순환이라는 리듬을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개인의 노동이 어떻게 사회적 장면으로 확장되는지를 시각화한다. (작가 노트)
삽을 들고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신체의 동작은 군무의 호흡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경험이 하나의 집단적 리듬으로 변환되는 순간을 드러낸다. 작업은 야구장과 바다라는 상반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규칙과 경쟁의 구조, 그리고 생의 순환이라는 리듬을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개인의 노동이 어떻게 사회적 장면으로 확장되는지를 시각화한다. (작가 노트)
《들숨, 날숨》(2025, 가기사진갤러리) 전시 전경
타임스퀘어의 괴물 투수,단채널 영상, 3분 11초, 2025
인생 스코어, 단채널 영상, 3분 33초, 2025
《들숨, 날숨》(2025, 가기사진갤러리) 전시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