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I'm here now 전시전경
(왼)괴물 투수의 이름은 삶, 4k 단채널 영상, 2022
(오)괴물 투수, 라이트박스, 디지털 프린트, 50 x 50cm, 2022
(오)괴물 투수, 라이트박스, 디지털 프린트, 50 x 50cm, 2022
미디어 에세이로 풀어낸 아티스트의 삶
시각예술 작업을 한다는 것은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잠재된 작업의 연장선일 것이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에세이와 같은 글도 하나 보내줬다. 전시장에서 작품들과 함께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문단별로 잘라서 분산 배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글 모음은 매우 진솔하고 술술 읽혀서 그 자체로 서문의 기능을 충분히 다 하고 있다. 여기서 ‘에세이와 같은 글’이라고 한 것은 동시에 그것이 에세이라는 장르 자체보다 중요한 작가 노트로서 기능하는 바를 보호 혹은 구분하기 위함이다. 올 한 해의 작업을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 ‘괴물 투수’에 반영해 설명한 글에 작가는 “괴물 투수에게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로 휴식을 주는 이미지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술회해놓았는데, 그 바로 앞 단락에 써놓은 “괴물 투수가 던지는 변칙적인 삶에 훈련되지 못한 아마추어 타자인 우리가 프로처럼 대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특히 인상적이다. 우리는 아마추어이자 프로이다. 직업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작가가 아니더라도 일과 여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많다. 게으른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해 애써야 하고, 반대로 성실한 사람은 쉬기 위해 애쓴다. 작가는 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종종 읽힌다. 실은 최근 ‘미디어 에세이’, ‘영상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어떤 클립들을 보았는데, 작품이라고 하기엔 밈meme에 가까워 실망스러웠던 것이 백다래의 작업을 통해 후련하게 해소되었다. 하지만 밈도 원래는 우리가 잘 아는 “SNS 등에서 유행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짤방 혹은 패러디물을 이르는 말”보다는 학술적인 개념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역작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만들어 낸 용어로, "자기복제자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기생하는 것과 같이 문화의 전달에도 복제 역할을 하는 중간 매개물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정보의 양식·유형·요소가 바로 밈"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백다래의 이번 작업은 밈의 본래적 의미인 ‘자기 보존적’ 작업이고 좀 더 찬양적으로 말하자면 작가의 이데아적 모방과 재현인 ‘미메시스’의 실천이다. 힘을 뺐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럼으로써 <나는 지금 여기>라는 타이틀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프로페셔널한 미디어 에세이인 것이다. 자신의 일과 일상을 넘어 여가와 같은 시간 조차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사람 같다. 예컨대 아버지와 함께 울산 어느 해수욕장에서 자유롭게 발자국을 남기며 프레임 안팎을 드나드는 영상도, 캐주얼하지만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에세이적 통찰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물거품’이라 하면 부정적인 것, 실패를 떠올리지만 작가는 그것을 전복시킨다. “내 발자국이 모래에 들어간 것, 파도가 치고 그 모래가 다시 쓸려가서 삶의 일부가 되는 것, 바다처럼. 내가 흔적을 확인할 수 없는 거지, 없어졌다고 보기엔 애매한 것 같다. 나는 영상으로 기록하기도 했고.”라던 인터뷰에서의 말을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라지는 현상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흔적’, 즉 있었다는 사실에 집중하는 백다래의 이러한 태도는 그야말로 실존이 실종된 이 시대에 분명 어떤 울림을 준다. |
마지막으로, 작가노트에 나온 회심의 선언 “어차피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할 기억이라면 아름다운 형태가 조금 더 즐거울 것 같다.”를 지지하기 위해 강수미 평론가가 웹진 <arte365>에 기고한 ‘현대미술의 역할 - 우리는 사회 속에서 함께 사는 존재다.’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미술이 우리 삶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미학적 유희, 심리적 치유, 또는 문화 예술적 성숙 등의 답을 내놓는다. 모두 맞는 얘기다.”로 시작하는 이 칼럼은 앤디 워홀과 수잔 레이시 사례를 소개하며 더욱 섬세해진다. 워홀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되 사실은 그 순응적 행태조차 향유의 준비가 되지 않은 감상자에 대한 차별이자 저항을 하기도 했으며, 공공미술가 수잔 레이시가 연출한 퍼포먼스 <크리스털 퀼트Crystal Quilt>는 예쁘지도 않고 잘 그리거나 잘 만들어 그대로 보존된 작품도 아니지만 그녀가 주창한 ‘새 장르 공공미술new genre public art’의 상징이 되어 계속 회자되고 우리 의식과 감수성 안으로 스며들어와 사회적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글을 읽으며, 백다래 작가의 작업이 앞으로도 순수성, 대중성, 전문성을 모두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포스트모던 아트씬에 만연한 ‘지금-여기’의 기계적 차용이 아닌, 전면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며 그조차, 또는 그것이야말로 작가의 고유의 권한 아래 만들어지는 행위들임을 메시지화한다.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맥루언의 말처럼 백다래는 그 자체로 미디어이자 메시지가 되고자 한다. 앞으로 아티스트로서 어떤 것을 포기하듯 포기하지 않을 것인지, 어떤 것을 예쁘지 않은 듯 예쁘게 해낼 건지, 어떤 것을 편집하지 않은 듯 편집할지 예상할 수 없다. 작가에겐 자신의 작업이 괴물 투수겠지만 우리에겐 작가 역시 괴물 투수 같은 존재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괜찮다. 백작가가 풀어놓았듯, “삶은 항상 아슬아슬하며 버겁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능숙해지”기 때문이다. 글/ 배민영(예술평론가) |
(중)경계의 풍경과 괴물 투수, 라이트박스, 디지털 프린트, 270 x 140cm, 2022
(왼)경계의 풍경, 라이트박스, 디지털 프린트, 30 x 50cm, 2022
(오)절대자와 연출자 , 라이트박스, 디지털 프린트,100 x 100cm, 2022
(왼)경계의 풍경, 라이트박스, 디지털 프린트, 30 x 50cm, 2022
(오)절대자와 연출자 , 라이트박스, 디지털 프린트,100 x 100cm, 2022
난 이번 사진 작업에서 괴물 투수가 살아가는 물질계와 비물질계의 경계의 풍경을 선보인다. 그곳은 각기 다른 풍경들이 퍼즐처럼 뒤섞여 연결된 곳이다. 뒤섞인 풍경은 우리가 경험한 다양한 기억들이 시공간을 초월하며 하나의 인간을 관통하는 삶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와 함께 우리의 괴물 투수에게 조금은 이르지만 크리스마스 선물로써 휴식을 선사하고 싶었다. 올해 내 작업 속에서 수도 없이 삶을 던지며 고생한 그에게 즐거이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친구, 그리고 멋진 날씨를 선물한다. (작가 노트)
경계의 풍경과 절대자의 시선, 라이트박스, 디지털 프린트, 180 x 100cm, 2022
나는 항상 신호등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빨간색, 초록색, 그리고 주황색, 내가 좋아하는 색을 세 가지나 가지고 있는 것도 멋지지만, 그 예쁜 색을 사용하여 전 세계 사람들의 행동을 규정하는 절대자와 같은 그 권력이 부러웠다. 그렇기에, 사진 속에 등장하는 눈은 '사회 규칙의 절대자'를 상징한다.
이 세상에서 절대자는 괴물 투수와 아주 친한 친구라 가끔 괴물 투수가 세상을 판단하기 힘들어할 때 투구의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한 눈이 되어주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절대자는 단독의 존재로서 세상의 많은 곳을 내려다보고 있다. 절대자는 어딘가에 기생하여 살 필요가 없으므로 괴물 투수와 공존할 수 있고 또한 공존하는 것이 익숙하다. 우리가 사회에 속해있는 한, 삶과 사회 규칙이 결국 하나의 방향을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기에. |
붉은 꽃은 '지난 추억의 연출자'이다. 나는 종종 오랜 기억들이 대단한 연출자와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어떤 고통, 슬픔, 절망도 시간이 지나 내 삶이 풍요로워질 때면, 추억이라는 단어로 바뀌어 대단히 의미 있게 각색되는데 물론 그것은 내가 단순한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이런 각색된 지난 추억은 각각의 의미를 가지며 현재 나의 삶을 지탱한다.
꽃의 모양새는 일단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 꽃이 행복의 꽃이든, 절망의 꽃이든, 심지어 죽음의 꽃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꽃의 형상만으로도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비록 나의 꽃 알레르기는 내 육체를 점점 고달파지게 만들지라도, 꽃을 봄으로써 북돋아지는 행복이란 나를 뿌듯하게 만들며 또한 매 순간을 축제로 만든다. 그러므로, 지난 추억에 꽃의 형상을 선사했다. 어차피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할 기억이라면 아름다운 형태가 조금 더 즐거울 것 같다. (작가 노트) |
절대자와 연출자, 라이트박스, 디지털 프린트,100 x 100cm, 2022
IN and OUT, 4k 단채널 영상, 5분, 2022
2022년 11월
부모님과 함께 방문한 바다는 거대한 파도로 들썩이고 있었다. 아빠와 나는 해안가에서 언제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 파도가 오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다양한 방향으로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기로 했다. 육지 안쪽에서 카메라 화면으로 우리를 지켜보는 엄마는 우리의 위치를 IN과 OUT을 외치며 인도했고, 우리는 그 목소리와 파도의 움직임에 온 정신을 집중하며 발자국을 남기려 노력했다. 하지만 파도가 모든 흔적을 스치고 품어 바다로 다시 빨려 들어가는 순간은 찰나였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움직임은 모든 흔적을 가져가며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허무감과 두려움 그러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출발지를 선물 받은 것 같은 설렘, 그건 파도가 치는 한 우리는 무한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무한한 시작을 토대로 정신과 육체가 서서히 행위에 능숙해지며 불규칙한 파도를 익숙하게 느낄 때쯤 어쩌면 우리는 꽤 오래 지속되는 흔적을 바다에 IN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 노트) |
IN and OUT, 라이트박스, 디지털 프린트, 50 x 50cm, 2022
IN and OUT, 4k 단채널 영상, 5분, 2022 파도, 센서, 사운드, 스피커, 2022 |
우리는 왜 전시장을 방문할까요?
<총 33명 응답>
- 응답자 중 ‘시각 예술가’ 가 16명으로 제일 많았고, 그다음으로 ‘예술과 관련 없음’ 을 답한 사람이 9명이었다.
- 응답자 중 ‘30대’ 가 24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와 ‘50대’ 가 각 3명 ‘20대’ 2명 ‘60대’ 가 1명이었다.
- 응답자 모두 ‘예술가 지인’ 이 있다고 답변했다.
- 2022년 전시장을 방문한 횟수는 16명이 ‘11회 이상’ 방문했다고 답변했고, 그다음으로 ‘6회 이상 10회 이하’ 가 5명이었다.
- 27명이 ‘온라인 전시’를 관람한 경험이 있었다.
- 12명이 온라인 전시가 ‘새로워서’ 좋았다고 답변했고 그다음으로 8명은 ‘집중하기 어려웠다’ 고 대답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수 없어서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는데 이렇게나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덜 와닿아서 아쉬웠다.’ 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둘 다’ 라는 답변이 있었다.
- 29명이 ‘오프라인 전시’ 를 선호했고, 4명은 ‘온라인 전시’ 를 선호했다.
- 오프라인 전시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실제로 보는 것에서 오는 진실성과 체감되는 느낌’ 그리고 ‘전시장 공간을 통해 연결되는 감각’ 이 주된 이유였다.
- 온라인 전시를 선호하는 이유에는 ‘꼼꼼하게 모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를 답변했다.
- 전시장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25명이 ‘좋아해서’ 라고 답변했고, 5명은 ‘작가의 초대’ 로 방문한다고 답했다.
- 전시를 방문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18명이 ‘전시의 내용’ 이라고 답했고, 11명이 ‘시각 이미지’ 라고 답했다. 그 외의 이유로는 ‘위치’ 와 ‘지인’ 을 각 2명씩 선택했다.
- 전시의 내용이 중요하다 뽑은 사람들은 ‘관심사와 철학’ 그리고 ‘사유하게 만드는 주제’ 가 전시장을 방문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답변했고, 이미지라고 답변한 사람들은 ‘세련된 미적 욕구의 충족과 심미적 교육 차원’ 이라고 답변했다.
- 26명이 ‘갑자기 끌려서’ 와 ‘시간이 남아서’ 를 이유로 전시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고, ‘친구의 권유와 영향’을 받아서가 3명 그 외 4명은 ‘평소 꾸준히 동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방문’ 한다고 답변했다.
- 전시 관람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로는 24명이 ‘전시 내용에 대한 흥미’ 라고 답했으며 7명이 ‘작품의 이미지’ 라 답변했다. 그 외에는 ‘관람 후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따라’ 그리고 ‘작가에 대한 이해도’ 가 각 1명씩 있었다.
- 26명이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났을 때 작가가 작품을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고 답변했고, 7명은 ‘상관없다’ 그리고 ‘싫다’ 는 아무도 없었다.
- 전시장 밝기의 선호도에서는 ‘상관없다’ 가 28명, ‘밝은 전시장’ 3명, ‘어두운 전시장’ 1명, ‘작품과의 조화가 중요하다’ 도 1명이 있었다.
- 전시장을 방문할 때 가장 기대하는 점은 ‘새로운 정보습득’ 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분전환’ 이 7명으로 그다음이었다. 그 외로는 ‘한 작가가 걸어 온 길이 작업에 다 담겨 감상을 통해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 , ‘감각의 충만감’ , ‘새로운 예술 방식과 접근방법을 통해 흥미로움과 지적 자극’ , ‘예술문화에 대한 욕망 충족’ 그리고 ‘ 큰 기대 없이 방문하고, 유명한 전시라면 이 전시는 어떤 점에서 유명하게 되었을까 본인도 공감할 수 있는가’ 가 있었다.
- 전시장을 방문할 때 아무 기대가 없는 상태로 방문하는 경우는 ‘우연히’ 방문 할 때라는 의견이 제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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