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ill image of 홈런 Hone Run, Daegu Art Factory, Daegu, South Korea, 2022
홈런 Home Run, 4K 2 Channel Video, 18mins 41secs, Daegu Art Factory, Daegu, South Korea, 2022
아빠의 고향 대구 서구 비산동은 오랜 시간 낙후되었지만 현재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영상은 아빠의 기억 속 옛 고향 집과 현재 마을의 모습을 작가의 시선으로 사진, 드로잉, 인터뷰, 소리 등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교차해 보여준다. 현재 세대가 경험한 적 없었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가족의 목소리와 주민들의 증언 그리고 소리꾼의 목소리는 오래된 기록 설화를 전달하듯 기록된 적 없던 과거의 기억에 전통성을 부여하고 현재의 삶에 충돌, 전승되는 순간의 감각을 보여준다.
(작가 노트)
(작가 노트)
(Right) 홈런 Home Run, 4K 2 Channel Video, 18mins 41secs, Daegu Art Factory, Daegu, South Korea, 2022
(Left) 괴물 투수의 이름은 삶, Single-Channel Video, Daegu Art Factory, Daegu, South Korea, 2022
(Left) 괴물 투수의 이름은 삶, Single-Channel Video, Daegu Art Factory, Daegu, South Korea, 2022
영상 '홈런'에 등장하는 '괴물 투수'는 삶을 의인화하는 캐릭터이다. 추상적인 개념인 '삶'을 물질계에 실체화 한 것으로, 지속해서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는 빌런이자 또한 동반자이다. 괴물 투수는 자신의 몸을 조금씩 분리하여 우리에게 던진다. 하지만, 그는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누군가의 삶을 시험하는 심판관도 아니다.
삶은 내가 쌓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으면서도 많은 순간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매 순간 어떤 정신적 경계에 존재하는 우리의 괴물 투수가 투구하는 삶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가 던지는 변화구에 아마추어 타자일 뿐인 우리가 프로처럼 능숙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은 항상 아슬아슬하고 버겁지만, 다행히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능숙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삶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는 이유는 능숙한 프로 홈런 타자조차 실수할 때가 있기 때문이며, 또한 괴물 투수는 역시 말 그대로 괴물 투수이므로 인간으로서는 대응하기 힘든 변칙적인 궤적으로 삶을 던져대기 때문이다. (작가 노트) |
괴물 투수의 이름은 삶
Single-Channel Video, Daegu Art Factory, Daegu, South Korea, 2022 |
평화로운 부둣가의 모래사장 위에 녹색과 파란색으로 염색한 컬러풀한 몬스터 복장을 한 인물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트램폴린 위에서 정신없이 몸을 튕긴다. 그는 평범한 건물 옥상에도 나타나고, 나무와 풀이 우거진 숲속에도 등장해 그 장소성과 동떨어진 기이한 풍경을 연출한다. 더군다나 그 퍼포먼스 영상의 배경에는 그래픽 이미지들이 떠다니며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교란해 퍼포머의 존재를 좀 잡을 수 없는 상태로 이끈다. 이 기이한 퍼포먼스 영상은 작가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섞이지 못하거나 낯설고 불편한 느낌이 드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그 순간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의 외피를 벗어 대상화시킨 후, 마치 컴퓨터 그래픽 툴을 사용해 화면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듯 그가 속한 환경에 자신의 모습을 비현실적으로 배치한다.그러나 그렇게 합성된 풍경 속에서 퍼포머의 존재는 이질적이기보다 오히려 명확하게 드러나며 주변의 환경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킨 주체가 된다.
그의 전작들에서 작가가 시도해 온 ‘시각에너지’의 창출은 아티스트로서 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나 근대적 사고 체계에 순응적으로 맞추기보다 적극적으로 삶의 통제권과 호흡을 되찾기 위해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존재의 부피를 키우고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작가는 팬데믹 이후 일상적 삶의 장소가 된 웹 브라우저 속 디지털 세계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자신의 데이터 조각들을 수집해 어떻게 재구축하고 전시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구예술발전소 입주기간 리서치 한 신작 <홈런>(2022)은 지금까지 해왔던 존재의 부피 키우기가 아닌, 가족의 삶을 전승해 존재의 중량을 늘리는 시도이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 고향인 대구 서구 비산동을 중심으로 존재의 근원을 확인하고자 했다. |
‘야구’라는 매개체는 아버지와 가족의 연고를 확인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억 장치이며, 스포츠의 특성상 자신의 출신 지역에 강한 연대감을 표출하게 되는 상징으로 작업 전반에 걸쳐 트리거가 되어 작동한다. 작품의 제목인 ‘홈런’은 타자가 홈에서 출발해 안타를 통해 다시 홈으로 들어오며 스코어를 얻는 것처럼,아버지가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홈)에서 기억이 시작되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마침내 다시 홈으로 돌아오며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은유한다.
2채널 영상으로 제작된 <홈런>은 한쪽에서 아버지가 기억을 더듬어가며 오래전 비산동 초가집에 대해 묘사하는 내레이션이 이어지는 동안, 다른 쪽 영상을 통해 낙후되었던 이 마을에서 일어난 최근의 변화들을 소개한다. 오랜 시간 쇠락했던 공간이 골목 정원 프로젝트 등으로 탈바꿈한 과정을 담은 현재의 이야기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는 달성공원(달성 토성)의 신화적 내러티브와 중첩되며 시간의 확장을 가져온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영상의 사이 사이 어머니가 그리는 연등의 모습을 비추다가, 마지막 부분 연등을 통해 소원을 비는 제의적 행위에 이르러 이 서사의 구축자인 작가의 존재는 태초의 시공간까지 닿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 사회 제도를 주체적으로 변화시키고자 작가가 만들어내었던 ‘시각에너지’는 <홈런>에서도 영상 속 괴물이 계속해서 공(삶)을 던지고, 아빠와 딸이 번갈아 가며 그 공을 쳐 내며 두 개의 인생이 하나의 삶으로 접합되는 기폭제로 작동한다. 이 접합은 구술, 이미지, 노래, 텍스트 등의 데이터들 합성을 통해 가족의 삶을 전승하고, 실제 자기 삶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존재에 연장하는 방법으로 존재의 중량을 늘리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가중된 존재의 중량을 통해 궁극적으로 (작가 개인, 가족 구성원을 넘어 지역, 도시, 국가, 자연 등) 공동체적 삶의 가치와 잠재적 역능을 꿈꾸는 것이다. 글/ 조주현 |
홈런 Home Run, 4K 2 Channel Video, 18mins 41secs, Daegu Art Factory, Daegu, South Korea, 2022
A still image of 홈런 Hone Run, 2채널 비디오, 2022
홈런 Home Run, 4K 2 Channel Video, 18mins 41secs, Daegu Art Factory, Daegu, South Korea,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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