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은 존재에 대한 이질적임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도시 유리창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이 당황스러울 만큼 낯설게 느껴졌고, 주변 풍경에서 혼자만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것 같은 감정은 유리창 속 인물을 당장 이 세상에서 삭제시켜버려야만 한다고 충동질했다. 그때의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방인, 외계인, 찌꺼기 등 세상에 동떨어진 것 같은 모습을 표현하는 모든 단어의 총집합이었다. 이 충동은 평소에는 몸 속 어딘가에 조용하게 내재하여 있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 눈 앞에 현실을 교란하며 반복적으로 사회에서 자신을 해체하기도, 불완전한 모습으로 접합하기도 했다. 내 작업은 이런 해체와 접합의 충동에서 자신의 존재를 방어하고, 안정된 존재로 사회에 안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존재의 안정화를 위한 방법으로 하나의 가설을 설정했다. 안정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매개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이 매개체는 대부분 거대한 존재라고 표현되는 도시, 자연, 사회 등 우리가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것들로, 이 거대한 존재의 특징은 ‘시각 에너지’라는 가상의 비가시적, 비물질적인 에너지를 생성해 다른 존재가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시각 에너지만 생성한다면 존재의 안정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을 기반으로 한다면 내가 시각 에너지를 소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행위가 동반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거대한 존재들이 이미 만들어 둔 시각 에너지를 수집 혹은 기생하는 것으로, 거대한 존재에 함께 기록되어 자신과 시각 에너지가 함께 존재하는 기록물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기록된 이미지 위에 내가 생성한 불완전한 시각 에너지를 진짜 에너지와 한 화면 속에서 융합시켜야 한다. 여기서 거대한 존재가 아닌 내가 시각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비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비현실적인 도움이란 디지털 세상에 접속하는 행위를 뜻한다. 디지털 가상의 세상에서는 육체와 정신의 경계가 모호해 존재의 기준을 육체와 정신 중 어디를 본질이라 할지 혼란스럽고, 현실에 육체를 숨기고 정신을 통해 실제 존재의 크기를 세상에 교란한다. 즉, 이렇게 실제를 속이고 가상의 세상에서 직접 하나하나 궤적을 그린 형태 있는 시각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반쪽짜리 존재에서 탄생한 시각 에너지는 진짜 에너지와는 달라서 형태만 있는 단독으로는 완전한 힘을 가지지 못하는 불완전한 에너지이다. 그래서 완전한 시각 에너지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자신과 함께 기록된 이미지 속 비가시적인 시각 에너지를 형태만 존재하는 불완전한 시각 에너지와 융합시켜, 자신 모습 주변에 새롭게 탄생한 가시적 시각 에너지를 생성해 존재의 안정화를 진행한다. 반복적인 안정화를 거쳐 확장된 개인 존재의 무게가 충동으로 인한 해체와 접합이 불가능해 질만큼 무거워지는 순간. 나는 내 존재가 어떤 형태로든 의심 없이 세상에 안착할 것이라 희망하며 그 도달의 순간을 위해 시각 에너지를 생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