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ay to erase my life, 4K 2 Channel Video, 26mins 36secs, Space 9, Seoul, South Korea, 2021
A way to erase my life, Lightboxes, 90x140cm, 90x140cm, 90x140cm, 90x140cm, 90x140cm, 30x30cm Space 9, Seoul, South Korea, 2021
A way to erase my life, Lightboxes, 90x140cm, 90x140cm, 90x140cm, 90x140cm, 90x140cm, 30x30cm Space 9, Seoul, South Korea, 2021
부재 증명의 역설
백다래 작가는 스스로 얼굴에 이름을 쓰고, 손이 아닌 몸짓과 물의 압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지우는 작업이다. 이 행위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생산해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작가가 이름을 지워 죽음을 선사함과 동시에 자신을 소거erasure하는 부자연스러운 과정을 기록하고 전시함으로써 또 다른 삶의 시작과 부활을 암시한다. 특히 작가는 여기서 “이름은 누군가를 정의하는 가장 명확한 의미”라고 전제하는데, 이는 정체성identity이라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고, 필자는 이 주제와 관련해 ‘누군가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가장 명확한 의미’라는 전제도 함께 생각해볼 만하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죽은 다음에는 그 이름을 부를 일이 없으니 점점 잊혀가고, 아주 유명하거나 역사적인 인물은 소위 박제가 되는 것이 이름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명예로운 삶을 살고 시대가 지나도 기억될 만한 좋은 사람이 되라는 교훈적 의미로 학습되곤 하지만, 이는 저명성의 양면성을 생각할수록 참 섬뜩한 말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히틀러는 ‘악의 화신’으로서 여전히 살아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어쩌면 인간 존재에게 이름이란 생명력vitality이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에겐 이름의 불멸immortality보다는 현전성Anwesenheit 자체가 중요한지도 모른다. 그렇게 ‘지금-여기’의 존재 증명을 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간다. 백다래 작가는 물리적 장소와 풍경에 자신을 하나의 오브젝트처럼 배치하고 촬영, 기록함으로써 존재 증명해오는데 능하며, 이번 작업에서는 그 안에 ‘소거’라는 부재 혹은 소멸의 방향성을 통해 역설적 증명을 시도한다. |
먼저 영상 작업에서 물 위와 아래 두 개의 화면은 삶과 죽음을 은유하기도 한다. 화면 속 인물인 작가 자신은 그 두 개의 선을 반복하며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관객은 스스로 삶에서 죽음으로 향하며 자신의 이름을 지워내는 모습을 통해 자신이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과 또 다른 죽음의 단면을 엿본다. 물론 죽음과 관련한 행위는 그 자체로 죽음의 문턱처럼 숨이 차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퍼포먼스를 하면서도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수심이 깊진 않았지만, 물속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그것이 단순한 물놀이가 아닌 이름을 지우기 위해 얼굴에 물의 마찰을 최대한 일으켜야 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의식적으로 반복행위를 할 때 소모되는 체력과 정신력은 존재 자체가 소진되는 느낌이었을 터. 게다가 촬영 도중 갑자기 수영장에서 정체불명의 가스 냄새가 나 막판에는 재채기까지 해 편집할 수밖에 없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다행히 가스 유출은 멈추었지만 이러한 돌발 상황 속에서 작가는 오히려 물속으로 도피를 하며 마치 생선처럼 그 안을 더 삶에 가까운 공간처럼 느끼게 되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의 삶 자체가 이렇듯 매 순간이 불분명하기에 매 순간 죽을 각오를 하고 산다. 이는 열심히 산다는 레토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죽을 각오다. 즉, 내가 한 순간에 없어져 이름만이 남을 수도 있음, 혹은 사회적으로 명예나 존재감이 없어질 수 있음, 이런 다양한 죽음 앞에 우리가 있음이다. 그로 인해 갖게 되는 최종의 의식은 내가 없어짐으로써 비로소 존재가 증명될 것 같은 역설이다.
다섯 장의 사진 작업은 ‘명예’라는 측면에서 더욱 강력한 장치를 동원한다. 자신의 이름을 지어준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이 쓰인 얼굴에 물총을 쏴서 지워지게 하는 과정을 담은 것인데, 이는 다소 금기taboo를 건드린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를 통해 역설의 증명 능력은 분명히 배가되고, 이름이 가지고 있는 현전성조차 그것이 수단 또는 외연에 불과하다는 것을 환기할 때, 우리는 진정한 삶과 죽음의 경계는 무엇인가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박제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기록으로서 말이다. 글/ 배민영(예술평론가) |
A way to erase my life, 4K 2 Channel Video, 26mins 36secs, TEMI, Daejeon, South Korea 2022
A way to erase my life_letter, FHD Video, TEMI, Daejeon, South Korea, 2022
A way to erase my life, lightbox, 30x30cm, TEMI, Daejeon, South Korea, 2022
A way to erase my life_letter, FHD Video, TEMI, Daejeon, South Korea, 2022
A way to erase my life, lightbox, 30x30cm, TEMI, Daejeon, South Korea, 2022
A way to erase my life, lightboxes, 40x62cm, 40x62cm, 40x62cm, 40x62cm, 40x62cm, 40x62cm, TEMI, Daejeon, South Korea, 2022
For full video please contact
Copyright 2017. DARAE BAEK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